[최돈선의 예술인 탐방지도 -비밀의 방] 86. 하늘빛 쪽은 내 영혼-천연염색가 유상열

[최돈선의 예술인 탐방지도 -비밀의 방] 86. 하늘빛 쪽은 내 영혼-천연염색가 유상열

[최돈선의 예술인 탐방지도 -비밀의 방] 86. 하늘빛 쪽은 내 영혼-천연염색가 유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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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물을 들인 천을 바람에 말리는 유상열 염색가. -전시회-인사동의 아침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 남춘천역을 출발하여 1호선 종각역에서 내린다. 공기가 상쾌하다. 우리는 인사동을 향해 십여 분을 걸어간다. 아침 열 시 십분, 이층 갤러리 ‘인사이트’ 문을 가만히 민다. 유상열 작가는 안내대에서 무언가를 쓰고 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우리가 첫 번째 손님이다.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도록 ‘법고창색’을 받는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아니고 법고창색(法古創色)이다. 책을 받은 나는 문득 어떤 의문의 전구 알이 반짝 켜짐을 느낀다. 이 전시는 유상열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30여 년 넘게 천연염색에 학자금대출 지급방법
온 힘을 기울여 온 그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색을 창조한다는 말인 법고창색. 지금 그런 색을 새로이 만들어 이 전시에 보여준다는 것일까. 색에 관하여 그다지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는 찬찬히 그의 ‘색들임’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알 수 없다. 미묘한 색감의 변화를 감지하기란 어림도 없는 일이니까. 유상열 작가는 천연염색에 대하여 한계를 느낀다고500만원대출이자
토로한다. “잘 익은 밤껍질을 자세히 보면 다양한 색이 섞여 있다. 진한 갈색과 붉은색, 검은색, 또는 그 이상의 색들로 구성되어 보여짐으로 이것을 천연염재를 이용하여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다. (중략)논문에 써진 계통색 이름은 다양하게 많으나 내가 만든 이 색은 무슨 이름으로 불러야 적당할지…” 그래서 유상열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색에다 검색과 대조를성형대출
통해 새로운 이름을 붙여 나갔다. 최소한 이 도록에 나온 작품만큼은 유상열이 분류해 낸 색의 이름이라 할 것이다. ▲ 서울 인사동 갤러리에서 만난 유상열 작가 공공임대당첨
전시장은 유상열 작가의 30여 년이 숨 쉬고 있다. 고요한 정적에 잠긴 전시장은 바닷속 같다. 색과 색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자신의 색깔을 뽐낸다. 뽐냄은 일반적으로 성취감에서 오는 자랑이니 적당한 표현은 아닐 듯 싶지만. 오히려 색의 조화, 믿음으로써의 어울림과 받아들임의 색이라 4대보험가입확인방법
옳을 터이다. 그러므로 색은 비로소 서로의 눈길 과 어울림으로 새로운 비색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천연의 색은, 바로 이 전시장에선 그러하다는 생각이다. 작가의 노고와 인품과 겸손이 배어있는 이 색의 조화가 서로 독립하면서 총화를 이룸은, 자연의 운행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창가에 걸친, 주련처럼 늘어진 명주 천이 바깥의 은은한 빛에 어디론가 흘러대부업체광고
간다. 푸른 물결은 하늘인지 바닷속인지, 어느 또 다른 초록 물결인지, 더 깊이 들어가면 새순이 새록새록 돋는 숲속 정령들이 내뿜는 숨결인지, 나로선 가늠할 수가 없다. 그 숨결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색깔을 술술 풀어내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문학평론적인 투의 표현은 신선하지도 신비스럽지도 않다. 구태의연하니까. 색이 빛의 변부동산담보투자
화에 따라 자신의 색을 스스로 풀어내고 이울고 새로이 생성할 때, 대체 무슨 언어가 필요하겠는가. 표현하지 못하겠다. 그러므로 이 색은 독자적인 색깔인 그 무엇(?)일 터이다. 그래서 법고창색이란 말을 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알 수 없는 일이다. ‘단정할 수 없음’이 천연색이 가진 신비로움이니까 말이다.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는 저마다의 색감,자동차담보대출서류
그것에 의해 빛과 색의 느낌은 다 다른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받아들임의 세계’가 형성되는 게 아닐까. 어찌 색의 감각에 일률성을 부여할 수 있단 말인가. 비록 쌍둥이일지라도 똑같은 형상은 존재하지 않기에 말이다. 캠코 소액대출
▲ 춘천 신북읍 유포리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 풀빛천연염색연구소. -색의 소리 색을 듣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시인이 한 말이 아니다. 염색에 오래 젖어서 ‘숨결을 느끼는 이’만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유상열 중기청
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제, 쪽 묘목을 밭에 심고 왔어요. 그의 쪽밭은 집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 그는 매일 색의 소리를 듣는 분이다. 어릴 적 그는 ‘쪽빛 하늘’과 ‘꼭두서니 노을’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투명한 영혼만이 소리의 물결을 통해 색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소리가 색이요 색이 소리인, 그 음의 물결이 가슴에 밀려와 고동칠 때, 그것이 예(藝)의 경지를 이루는 것이다. 그 30년 동안, 물들이고 헹구고 바람에 말리는 작업이 그의 깊은 마당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것이 술(術)이다. 이 예와 술이 합하여 만들어내는 색감이 바로 화음의 예술이 아니던가. 유상열 님이 창조한 빛깔(色)의 예술, 그것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셨던 그 집 마당에서 지금도 고요히 흐르고 있다. 그는 빛 좋은 날 쪽빛 명주 천을 빨랫줄에 널어 바람을 부른다. 부르면 자연의 색이 오고 그 색은 스스로 자신의 독특한 색을 만든다. 이 과정을 세심히 살피고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피부에 닿은 습도를 느낀다. 자연의 현상은 그렇게 신비한 색을 물들인다. 그는 탄식한다. 참 곱게도 물드는구나. ▲ 서울 인사동 전시회에서 선보인 유상열 작가의 염색 작품. -지관(止觀) 30여 년 동안 자연 속에서만 살아왔다. 사람들이 그리웠다. 마당 입구에 풀빛천연염색연구소라는 작은 문패를 내걸었다. 사람들이 마당으로 찾아들었다. 그들과 함께 산과 들을 쏘다니며 염료를 채취했다. 열매건 풀이건 나뭇잎이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생명의 고유한 색깔을 물들였다. 작은 행복과 재미를 느꼈다. 사유가 깊어지고 공감이 교류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작품마다 철학적인 요소와 약간의 두근거림’이 있어야 한다고. 유상열 님은 쪽빛 일렁이는 마당에서 오래 오래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삶엔 선명한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얼마 후 유상열 님은 30년의 작업을 세상에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그러한 생각은 새로운 눈뜸이었다. 단 한 번도 그는 자신만의 개인 전시회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30여 년을 훌쩍 넘긴 세월 동안. -그는 고독한 빛이었다 전시장은 고요한 청색의 바닷속 물결 같았다. 나는 그곳에서 유상열 님의 고독한 빛을 보았다. 그는 이렇게 도록에 썼다. 작업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동의를 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중략) 이 전시는 나만의 서사와 그 가치를 위한 보편적 기록이다. 이 모든 것을 실인(室人) 김옥란에게 바친다. 나는 전시장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예술가의 삶이란 이렇게 물들여지고 아름다워져 가는구나, 라고.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상열 #최돈선 #탐방지 #하늘빛 #천연염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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